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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태국 정부는 예정대로 선거를 실시하라!
이름 관리자 날짜 2018-05-28 조회수 293

< 성 명 서 >

선거일을 연기하며 민주주의를 우롱하는 태국총리는 금년 11월 선거를 예정대로 실시하라!

지난 1월 18일 언론브리핑 현장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2014년 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태국의 프라윳 총리가 관저에 실물 크기의 종이 인형을 세워놓고 “이 사람에게 질문하시오!”라고 말한 뒤 떠난 것이다. 총리의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2월에는 국정현안에 관한 질문을 4개로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런 어처구니없고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올해 11월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느닷없이 선거를 내년 2월로 연기했다. 쿠데타의 주범인 태국 군부는 지난 4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 군부가 주도하는 과도의회인 국가입법회의(NLA)는 올해 1월 25일 4대 정부조직법 가운데 하나인 국회의원 선거에 관한 법안을 표결에 붙여 찬성 196표, 반대 12표, 기권 14표로 가결 처리했다.

2016년 제정된 헌법은 4대 주요 정부조직법 반포 후 150일 이내에 총선을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라윳 총리 역시 이 헌법 규정을 근거로 4대 정부조직법 반포 직후인 오는 11월에는 총선이 치러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태국 국민들도 11월 총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돌연 말을 바꾼 것이다. 병영에서 나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군부가 말하는 태국식 민주주의의 현주소이다.

태국의 부총리는 이 사태에 대해서 해명을 묻는 기자들에게 “정확한 날짜를 강요하지 말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의 총의를 반영하는 선거만이 의견수렴과 갈등조정의 역할을 한다. 선거는 정치적 갈등을 완화하고 정치적 타협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즉 선거야말로 비폭력에 입각한 정치를 가능케 한다. 이 경우, 선거의 패자는 결과에 승복하고 그 다음 선거에서의 승리를 다짐하기 마련이다. 전쟁정치를 방지하는 민주주의의 필수 조건인 것이다. 그런 중차대한 선거일을 국민에게 밝히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군부뿐만 아니라 제1야당인 태국 민주당을 비롯한 2014년 반정부 시위 세력이 선거를 거부하는 데도 있다. 정치적 갈등의 완화기제이자 정치적 타협 기제로서의 선거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선거제도는 무용지물이 되고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민주당이 선거 참여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탁신과 친탁신계 정치세력의 집권 시절인 2006년 4월과 2014년 2월에 실시된 총선 때도 민주당은 선거참여를 거부함으로써 반쪽 선거를 만들었다. 태국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려면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기본적 절차인 선거가 실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군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탁신을 끌어내리려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민주당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내전의 양상을 띠는 쿠데타와 군부 정치는 불가피해진다.

어디 그뿐인가. 태국 군부가 조종하는 군사법원은 왕실모독죄를 전가의 보도인양 휘두르면서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 2015년 타나콘 시리파이분이란 공장 노동자는 국왕의 애완견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군부는 온라인 검열 단속에 나서 왕실 비판글을 추천한 수십여 명의 사람을 체포하는 등 국민의 눈과 입과 귀를 막고 있다. 비상조치에 따라 5인 이상이 공공장소에서 모인 집회는 금지된다. 이 같은 태국 군부의 행동은 민주주의의 가치인 표현권과 참정권을 부정한 것이다.

태국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외교는 민주주의나 인권의 원칙보다는 경제적 실리로만 접근해왔다. 한국 정부는 태국의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모습을 보이는 등,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군부가 설립한 국가평화질서위원회(NCPO)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군부 집권 4년차 실시한 수안두짓라자밧대학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NCPO의 평가점수는 10점 만점에 5.42점에 그쳤다. 국립개발행정연구소 조사에서는 많은 국민들이 친탁신계 정당인 프어타이당이 차기정부를 구성하길 바란다고 응답했다. 국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경제성장에 주력하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군부에게서 민심이 등을 돌린 것이다. 심지어 NCPO는 쿠데타 직후 내세운 민주주의 복원, 정치적 갈등 조정, 부패 척결, 경제 성장이란 네 가지 공약이 전부 실패했다는 프어타이당의 논평을 보고 화가 난 나머지 해당 당원들을 법률 위반으로 기소하는 자충수를 두었다.

이에 평화적인 민주화 요구를 탄압하는 태국 군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태국 정치세력들이 다음 요구사항들을 전면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1. 금년 11월에 예정된 선거를 당초대로 실시하라.

2. 왕실모독죄를 빙자한 인권 탄압을 중단하라.

3. 군부는 조속히 민정이양을 실천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실시를 약속하라.

4. 임시헌법 제 44조와 형법 116조를 폐지하고 언론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

5. 태국민주당은 군부에게 정치개입 명분을 주었던 과거를 반성하고 올해 내 선거 실시를 요구하는 행동에 동참하라.

6. 군부는 프어타이당에 대한 보복성 정치탄압을 중단하라.

7. 우리는 ‘선거를 원하는 사람들’의 용기있는 행동을 적극 지지한다.

2018년 5월 25일

국제민주연대
태국 민주화를 염원하는 성공회대 학생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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