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한국 국내연락사무소의 개혁이 중요한 이유

1961년에 만들어진 OECD는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보호를 주요 활동으로 수행해왔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초국적기업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현안문제로 대두되자 1976년에 OECD 국제투자 및 다국적기업에 관한 선언과 결정(Declaration and Decisions on International Investment and Multinational Enterprises)의 한 부분으로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게 되었다.

1990년대 들어서, 세계화의 진전으로 초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해지자, OECD는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2000년도에 개정하여, 가이드라인 이행을 책임지고 가이드라인 위반에 대한 진정 및 문의를 처리하는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설치를 의무화 하였다. 이에 1996년부터 OECD에 가입한 한국정부도 산업자원부 장관고시로 2000년 12월부터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에 국내연락사무소를 설치하였다.

2011년에 가이드라인의 개정으로 기업의 공급망에까지 적용되게 된 가이드라인은 인권에 관한 별도의 장을 신설하는 등, UN이 2011년에 발표한 “기업과 인권에 대한 이행원칙(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의 내용을 대거 반영하였다. 비사법적 절차이기는 하지만, 국가가 초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문제에 있어서 피해자에게 구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국내연락사무소의 위상과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2015년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도 ”우리는 OECD 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 국내연락사무소(NCP)를 포함하여 기업의 인권침해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서, G7은 OECD가 NCP의 기능 및 활동에 관하여 각 국가 NCP간의 동료평가와 동료학습을 증진하도록 독려할 것이다. 우리는 G7국가들의 NCP들이 앞서서 모범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 한다“ 는 내용이 공동선언문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한국 국내연락사무소는 2000년 설립이래로 2013년 9월에 운영규정이 개정되기 전까지, 사실상 유령조직이나 다름없었다. 국내연락사무소가 OECD에 제출한 공식보고서는 물론, 국내연락사무소에 제출된 진정에 대한 사항을 확인할 수 없었으며, 진정처리에 대한 결정이 국내연락사무소를 담당해온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 회의를 통해 처리되었는지에 대한 자료조차 부재해왔다.

이러한 파행적 운영으로 인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2011년 10월에 국내연락사무소 구성과 운영에 관한 개선을 권고 하고 국제사회의 개선 요구가 거세지자, 2013년도에 산업자원부는 국내연락사무소에 대한 운영규정을 개정하였다. 그러나 운영 규정 개정이후에도 OECD가 요구하는 국내연락사무소 운영기준에 크게 미달하는 상황이다. 특히,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국내연락사무소 참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약 20건으로 추정되는 가이드라인 위반 진정에 대한 처리가 공정하고 투명하고 책임 있게 처리하지 않음으로써, 국내연락사무소에 대한 국내외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이로 인해 OECD회원국이자 G20국가인 대한민국의 위상에도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 국내연락사무소의 개혁문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국가 인권위가 이미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제시한 인권과제에도 포함된 문제이며, 2017년 6월 8일에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발표된 UN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의 한국 방문 보고서에서도 한국 정부에 권고된 사안이다. 7월에 독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도 다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UN의 한국정부에 대한 인권규약 및 인권상황에 대한 심의와 평가에서도 다뤄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한국정부는 국내연락사무소 현황과 과제에 대한 검토와 논의 없이, 2018년도 내에 한국 국내연락사무소에 대한 동료평가를 받겠다고 2017년도 3월에 OECD 이사회에 통보하였다.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2017년 6월 25일

한국 NCP개혁을 위한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