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귀하
2024년 6월 21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선출에 있어서 국제 인권 기준을 확실히 준수하여야 합니다
존경하는 윤석열 대통령님께,
국가인권기구 감시 활동을 하는 아시아 지역 NGO들과 인권 옹호자들의 네트워크인 아시아 국가인권기구 감시 NGO 네트워크(ANNI)는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글로벌 중추 국가로 자리잡기 위하여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의 차기 위원장 선출 시 파리 원칙(Paris Principles)과 국제 인권 기준을 준수할 것을 촉구합니다.
ANNI는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재 아시아▪태평양지역국가인권기구연합(APF) 의장을 맡고 있는 등 아시아에서 국가인권기구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2022년 5월 이래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 저희는 일부 상임위원들이 보인 반인권적 행태에 대하여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2023년 7월, 저희는 성소수자 및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 집단을 향한 이충상 상임위원의 반인권적 발언에 관하여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에 공개 서한을 발송한 바 있습니다.  불행히도 저희가 공개 서한을 보낸 이후에도 이충상 상임위원의 반인권적 태도는 변함이 없습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김용원 상임위원 역시 사형제 폐지 관련하여 “인권은 인간에게 보장되는 것이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에게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하는 등 반인권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약기구를 포함한 유엔 인권 메커니즘  및 대한민국 정부의 보편적 인권정례검토(UPR) 보고서에 제출한 독립 보고서를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일관되게 권고해왔지만, 최근 이충상 상임위원과 김용원 상임위원의 주도 하에 작성되어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위원회에 제출된 국가인권위원회 독립 보고서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가 빠졌습니다. 이는 평등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기존 입장에서 크게 후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올 7월로 예정되어 있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고문방지협약 심의를 앞두고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두 상임위원의 반인권적 문제제기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출할 독립 보고서에 대한 논의가 지연되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아직도 고문방지위원회에 제출할 독립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에 제출할 독립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차별금지법 권고가 빠진 데에 이어, 독립 보고서 제출 시한을 넘길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국가인권기구의 독립 보고서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이 권고하는 인권 기준에서 이렇게 후퇴하고 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소위원회에서 진정사건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세 명의 인권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소위원회에서 진정사건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11명의 인권위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하여 심의 및 의결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러나 이충상 상임위원과 김용원 상임위원은 소위원회 의결로 결정하자는 주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다른 네 명의 비상임위원들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이 적절한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로 이충상 상임위원과 김용원 상임위원은 소위원회에서 자의적으로 진정사건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수의 진정사건들이 기각되고 있습니다.  두 상임위원의 반인권적 입장과 성소수자 관련 사건을 포함하여 그들이 반대한 진정사건들을 고려할 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는 사안들이 다수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 무엇보다도, 이들 인권위원들은 국가인권기구 내에서 존경받는 직책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해왔습니다. 앞서 두 상임위원은 군에서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의 유가족과 다른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한 바 있습니다. 두 상임위원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 유가족과 인권옹호자들이 자신들이 사무실을 떠나지 못하도록 감금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유가족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면담을 요구했을 뿐입니다. 
이들 상임위원들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77명의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이 유가족과 인권옹호자들을 조사하거나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두 상임위원들의 행위에 대해 이렇게 많은 인권위 직원들이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은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하여, 그리고 두 상임위원들의 시민사회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는 국가인권기구의 핵심 운영 원칙인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 가장 충격적인 점은 이충상 상임위원과 김용원 상임위원이 심지어 공개 회의석상에서도 동료 위원과 직원들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인권을 책임지는 인권위원들은 말과 행동 모두에서 인권 친화적인 태도를 갖춰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회의를 방청한 한국 인권활동가들의 증언에 따르면, 두 상임위원들의 충격적인 행동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이들의 행동과 언사는 공개 회의 참석자들에게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의 일상적인 업무 생활에도 고통을 야기해왔습니다.
ANNI는 현 송두환 위원장의 임기가 2024년 9월에 끝나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께서 차기 국가인권위원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이 2024년 6월에 시작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께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대통령실 추천 3명, 시민사회 추천 3명,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1명)를 통해서 인권위원들을 선출해왔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와 한국 시민사회의 요구를 전임 문재인 대통령께서 수용하면서 마련된 이 절차는 현 정부에도 계승되어 이어져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께서 임명하신 인권위원들이 국제 인권 기준에 반하는 언행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데 앞장섰거나 이러한 무력화에 동조해왔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김용원 상임위원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ANNI는 차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파리 원칙과 다른 국제 인권 기준에 따라 성소수자의 권리를 포함하여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행히도 현재까지는 대통령실에서 임명한 인권위원들은 이러한 의지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랫동안 아시아의 모범적인 국가인권기구이자 국제사회의 모범이 되어 왔습니다. 아시아의 인권 증진을 위하여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는 계속해서 시민사회의 신뢰를 받는 기구로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이는 다른 국가인권기구들에 영감이 될 것이며 아시아 전역의 인권옹호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ANNI는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자유 수호에 크게 기여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상기합니다.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국가인권기구가 제 역할을 다하여야 합니다. 저희는 차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신중하고 사려깊게 선택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기대합니다.
차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선출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후보를 지명할 것을 대통령께 촉구합니다:
1. 파리 원칙을 포함한 국제 인권 규범을 준수하고 적절하게 이행할 수 있는 사람
2. 인권위원들과 직원들의 인격을 존중하여 국가인권위원회 내에서 인권이 존중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사람
3. 아시아 지역 국가인권기구의 발전과 설립에 기여하고 국제사회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
4. 대한민국 정부의 인권 정책이 국제 인권 기준에 기반하여 이행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사람.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주시리라 믿고 미리 감사 드립니다.
ANNI 회원단체 일동 드림.
1. Asian Forum for Human Rights and Development (FORUM-ASIA); 
2. Korean House for International Solidarity (KHIS), South Korea; 
3. Cambodian League for the Promotion & Defense of Human Rights (LICADHO), Cambodia; 
4. Informal Sector Service Centre (INSEC), Nepal; 
5. Joint Action for NHRI and Optional Protocols in Japan (JANOP), Japan; 
6. Judicial System Monitoring Program (JSMP), Timor-Leste; 
7. People's Empowerment Foundation (PEF), Thailand; 
8. Bytes For All, Pakistan; 
9. Ain o Salish Kendra (ASK), Bangladesh; 
10. Odhikar, Bangladesh; 
11. The Commission for the Disappeared and Victims of Violence (KontraS), Indonesia; 
12. Philippine Alliance of Human Rights Advocates (PAHRA), Philippines; 
13. Cambodian Human Rights and Development Association (ADHOC), Cambodia; 
14. Law and Society Trust (LST), Sri Lanka; 
15. CSO Working Group on Independent 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 (Burma/Myanmar); 16. All India Network of NGOs and Individuals working with National and State Human Rights Institutions (AiNNI), India; 
17. Centre for Human Rights and Development (CHRD), Mongolia; 
18. Suara Rakyat Malaysia (SUARAM), Malaysia; and 
19. Maldivian Democracy Network (MDN), Maldives
* 아시아 국가인권기구 감시 NGO 네트워크(ANNI)는 국가인권기구 관련 활동을 하는 아시아 NGO들과 인권옹호자들이 2006년 12월에 설립한 네트워크입니다. ANNI에는 현재 21개 국가 또는 영토에 소재한 33개 회원단체가 가입되어 있습니다. ANNI 회원단체들은 아시아 국가인권기구들의 업무와 기능을 강화하여 인권의 증진과 보호를 강화하고 아시아 지역 국가인권기구들이 파리 원칙과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승인소위원회(SCA)의 일반논평을 포함한 국제 기준을 더 잘 준수하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06년 ANNI 설립 이래 현재까지 아시아의 인권과 발전을 위한 단체인 포럼 아시아(FORUM-ASIA)에서 사무국을 맡고 있습니다.
ANNI 홈페이지: http://l.forum-asia.org/ANNI